디지털 치매?

By | 2013/08/06

  최근 중국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 가족의 긴급 연락처를 기입해야 하더군요. 하지만 어머니 휴대폰 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 011을 쓸 때 번호는 기억하고 있으나 010으로 바꾸시면서 그 번호가 미묘하게 바뀌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열어 어머니를 검색하여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기입을 완료하였습니다.

 

  최근 제가 타고 다니는 스파크 차량이 구입한지 2년이 다 되었습니다. 더하여 주행 거리가 2만km를 넘었습니다. 매뉴얼을 보니 그 쯤 되면 교체해야 할 물품이 있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쉐보레 홈페이지에 가서 로그인을 한 후 수리를 신청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쉐보레 홈페이지는 평소에 잘 접속하지 않는 곳이기에 비밀번호가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쓰는 여러 비밀번호 조합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을 골라 로그인을 하니 한 번에 성공하여 예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본 기사로 이런 기사가 있습니다.

인터넷 이용자 셋 중 한 명은 부모,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같은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치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5일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인 두잇서베이가 남녀 5천82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3.7%가 부모,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출처: 누리꾼 1/3 ‘가족 전화번호 몰라’..디지털치매 심각

  해당 기사에선 인터넷 이용자 중 가족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디지털 치매’ 증상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평소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시민 2천114명에게 내비게이션에 대한 의존도를 물어본 결과, 70% 이상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52.0%로 절반이 넘었다. 의존도가 30% 이하라는 사람은 21.9%였다.

어제 먹은 식사 메뉴가 바로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이 30.9%로 나타났다.
가사 전체를 아는 노래가 별로 없는 사람은 45.5%, 단순 암산도 계산기로 한다는 사람은 32.5%에 달했다.

출처: 누리꾼 1/3 ‘가족 전화번호 몰라’..디지털치매 심각

  특히 이는 가족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의존, 식사 메뉴 및 가사 기억 그리고 단순 암산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 어디서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기억해내려는 습관도 사라지고 있다.

출처: 누리꾼 1/3 ‘가족 전화번호 몰라’..디지털치매 심각

  그러면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대중화 되어 있기에 스스로 기억하는 것보다 정보를 검색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얘기를 하는 디지털 치매란 무엇인지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았습니다.

휴대전화나 PDA, 컴퓨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절친한 사람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노래방 반주화면의 가사 자막 없이 부를 줄 아는 곡이 거의 없다든지, 손글씨보다 키보드나 휴대폰 문자판이 편하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현상이 있다.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디지털 치매 [Digital Dementia] (용어해설)

  기사에서 얘기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기사나 사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저는 디지털 치매에 걸린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니까요. 이러한 사회 현상은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 컬럼에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단기기억에 저장된 새로운 전화번호는 반복학습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이전하게 되는데, 디지털 치매증후군은 장기기억으로의 이전을 위한 반복학습을 생략하게 만들어 기억으로부터의 인출을 어렵게 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자인 게리 스몰(Gery Small) 교수는 디지털기기와 같은 첨단기술이 삶의 방식은 물론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스몰 교수는 디지털 치매증후군의 발현에 따른 뇌 기능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컴퓨터 · 인터넷 ·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못하는 10~20대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그리고 성인이 되어 디지털 기술을 접하게 된 부모 세대들을 디지털 이주자(digital immigrant)’로 나눈 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뇌의 신경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실 험 결과 평소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일정기간 인터넷 교육을 시킨 후 뇌 부위를 관찰하자 평소 인터넷을 즐겨 사용해본 사람들의 뇌 부위(의사 결정과 복잡한 정보 통합 기능 역할을 하는 부위)와 동일하게 활성화 되었다. 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뇌의 신경회로가 재구성되었기 때문인데 결국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자의 뇌는 서로 다르게 형성되고 사고체계 역시 서로 다르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디지털 사용 환경의 차이는 결국 일상생활 속에서의 복잡한 정보처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9&contents_id=25181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반복적인 학습을 생략하게 만드는 것이 디지털 기기이기에 이러한 훈련이 사라져서 문제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제가 011 번호는 기억하지만 010 번호는 외우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한 듯싶습니다. 어머니가 011 번호를 쓰신 것은 제가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그 때는 휴대폰이라는 것이 그리 대중화되지 않았고 저는 어렸기에 휴대폰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공중전화나 집 전화기로 전화번호를 눌러야 했고, 이 때 일일이 찾아보는 것보다 외우는 것이 편했기에 그렇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010 번호로 바꾸신 것은 제가 휴대폰을 가진 후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머니에게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3번을 꾸욱 누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제 휴대폰이 있으니 그걸로 통화를 하면 되었고, 010 번호를 일일이 치는 것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있었기에 그 방법을 외웠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 있다고 볼 수 있네요.

 

  그렇지만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던 예전 사람들은 외우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른 것 아닐까?

  예전에 필요에 의해 외웠던 전화번호, 길이나 암산과 같은 것들을 요즘 디지털 기기가 대체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비밀번호, 잠금 패턴 등을 외우고 다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전화를 거는 방법이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달라지고 편해졌지만 이를 수행하는 시간의 흐름이라고 할까요 논리적인 진행이라고 할까요 그러한 프로세스에 대한 기억은 계속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방법이 간편화 되었을 뿐 기억한다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우고 있는 것이 다르다면 뇌는 다르게 발전하지 않을까?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Know where’. 이는 ‘Know how’처럼 어떻게 하는지를 알고 기억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어떻게 하는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그 정보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달라졌더라도 기억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들이 쌓여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의 기억들로 쌓여있는 사람들과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잘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치매라는 것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뇌가 진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PS

  식사 메뉴 기억은 디지털 치매하고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바쁘거나 일상적인 메뉴였다면 이를 지워버리는 것이 뇌로서는 효율적인 판단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디지털이 보급되지 않던 시절에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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