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을 그만두는 사람의 글을 읽은 박사 과정생

By | 2013/10/02

오늘 (며칠 전입니다.) 페이스북에서 흥미로운 글이 담겨진 URL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번역문: 학계를 떠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뜨거운 질타

원문: An Aspiring Scientist’s Frustration with Modern-Day Academia: A Resignation

지금 현재 박사과정 1년차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가 얘기한 것들에 대한 제 생각을 간단히 첨부해봅니다. 향후 몇 년이 지나 몇 십년이 지나 지금의 생각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를 기대합니다. (혹시나 해당 글이 사라질 수도 있어 현재 pdf로 저장을 하여 여기에 첨부합니다.)

 

I don’t know how many of the PhD students reading this entered their PhD programs with the desire to actually *learn* and to somehow contribute to science in a positive manner.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경우 남학생들은 군대 입대를 피하기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특히나 제가 있는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이를 위한 시험을 칠 필요조차 없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들은 것 중 하나로 ‘군대를 피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했으나 알고보니 내 적성이라 연구를 잘 하게 되더라.’ 입니다. 결과는 좋지만 그 목적이 참으로 모호해서 난감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위의 말은 다른 이유로 공감합니다. 향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Academia: It’s Not Science, It’s Business

해당 글을 읽는 순간 ‘어린 왕자’라는 소설에 나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터키의 천문학자가 자신의 나라 복장으로 어린 왕자가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발표하자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옷을 입고 발표를 하자 사람들이 경청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비록 소설 속에 존재하는 얘기라 할지라도 그 시대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해당 소설이 1943에 발간되었으니 올해로 70년이나 되었네요. (참조) 하지만 그것이 지금도 남아있는 듯싶습니다. 다만, 다른 학계/학회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참여한 학회에서는 멋있는 정장을 입지 않고 편안한 캐쥬얼복을 입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복장 외에 다른 것은 그대로 남아 있는 듯싶습니다. 글쓴이가 얘기한대로 사용하는 단어나 이미지 그리고 networking 즉, 인맥과 같은 외형의 것에 의해 연구/발견/발표 본질의 것이 왜곡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작문이나 발표 능력이 이를 얘기하지 않나 싶습니다. 얼마나 글을 그리고 영어를 잘 쓰느냐에 따라 논문의 질이 평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그것이 나쁜 것이냐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맥과 같은 것은 끼리끼리라는 것을 형성하여 외부의 사람이 다른 이의 도움이 없이 들어가기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기에 지양해야 하는 것은 맞는 듯싶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의 것은 다른 이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더 쉽게 구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Academia: Work Hard, Young Padawan, So That One Day You Too May Manage!

Padawan이 무언가 싶어서 찾아보니 스타 워즈와 관련된 단어군요. A Jedi student라는데 아마 수련자를 의미하는 듯싶습니다. 번역문에서는 ‘젊은이’라고 하였네요.

여하튼 여기에 대해 작년쯤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교수는 교수가 되기 위해 학생 때 열심히 했어.

저 말은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뜻은 편하게 살고 싶기에 학생 때 열심히 해서 교수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즉, 교수가 된 후 편하게 살아 그 밑의 학생들이 엄청 고생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글쓴이가 얘기하는 사람이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1. 어느 직업이든 나이가 들면 manage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전체를 위해 당연한 것 같다.

Manage라는 것은 굳이 학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쉽게 들을 수 있었던 곳은 프로그래밍 분야였습니다. (물론 쉽게 듣는 이유는 자주 그래서가 아니라 제 전공과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해당 분야에서는 처음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으로 진입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없다고 하더군요.) 다들 매니저가 된다고 합니다. 이는 자의와 타의가 섞여있다고 합니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대가 나이가 들어서는 관리자가 되는 것을 바란다고 합니다.

다른 곳도 그러하니 문제가 아니더라. 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타의’를 들어보면 나름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는 경험을 쌓은 이가 그 경험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는 관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경험을 가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학계 역시 박사 기간 동안 잘 훈련받은 사람이 계속해서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한 경험을 새로운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도리어 학계가 굳어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2. 세상은 변하지만 머리가 굳는다더라. 이는 어른들의 말에도 심리학 실험에도 나오더라.

몇 년전,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과 함께 어딘가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운전 중 여러 얘기를 나누었고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나이를 물어보셨습니다. 별 생각없이 저는 나이를 얘기하셨고 교수님은 거기에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지금 자네 머리가 최고일세. 다만 이 말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을 느낄 것일세.

생각외로 충격적인 얘기라서 아직도 기억하네요.^^ 여하튼 이 얘기의 주요점은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굳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많은 어른들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둔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얘기는 심리학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수많은 경험을 하였기에 갈수록 자신의 경험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접하고 거기에 더욱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야하고 이를 기대하는 학계에서 어쩌면 가장 적합한 사람은 젊은 학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Academia: The Backwards Mentality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박사 때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은 교수님의 지도와 저의 의지가 섞여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같은 연구실의 다른 학생들을 봐도 비슷합니다. 아니 저보다 더욱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듯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것은 이정도 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어떠한지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 전후사정을 잘 모르기에 여기에 대해 할 말은 없네요.

 

Academia: Where Originality Will Hurt You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에 조금은 보수적이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검증된 것들에 대해 조금만 얹혀진 것이라면 그 조금만 신경쓰면 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기에 의심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하나씩 입증/검증/이해가 되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자라나는 새싹이 수많은 비판에 완전 밟혀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계에 알려진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함부로 할 수는 없겠지요. 예로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옛날 시금치에 철분이 매우 풍부하다고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믿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뽀빠이 캐릭터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계산 실수로 기존 함유량의 10배 많게 발표된 것입니다. (관련 기사) 이처럼 학계에서의 발표가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지기에 새로운 것에 대한 의심/이해는 강하게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Academia: The Black Hole of Bandwagon Research

그러게요. 유행을 따르는 학계 풍토… 이건 참으로 문제인 듯싶습니다. 유행이라는 말은 새로운 것이 나와 그 새로운 것에 새로운 것을 쉽게 첨가할 수 있다는 뜻인 듯싶습니다. 마치 Deep Learning이 나온 후 이를 이용하여 다양하게 연구가 진행되는 지금처럼 말이죠.

 

Academia: Statistics Galore!

이것 역시 참으로 잘 지적한 문제점입니다. Cite가 높은 논문은 좋은 논문일 확률이 높지만, Cite가 낮은 논문이 나쁜 논문이냐고 얘기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는 위에서 얘기한 유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요. 유행을 따라 논문을 내면 거기에 맞춰 그 후속 논문들은 cite를 할 것이고, 유행이기에 많은 논문들이 cite를 함으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는 상황이 그러한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지표들을 얘기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오겠지요. 어느 것이 좋은 논문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횟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어디에 나온 논문들이 인용했는지,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이 되었는지, 같은 저자들이 인용했는지 등 말입니다. 이러한 것은 지금 문제를 인식하고 고쳐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cademia: The Violent Land of Giant Egos

이건 한 마디로 ‘경험이 없습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논문이 날아오고 재떨이가 날아오고 쓰레기통으로 직결하는 등의 얘기…

 

Academia: The Greatest Trick It Ever Pulled was Convincing the World That It was Necessary

그러게요. 매우 느립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하는 얘기는 종종 듣지만, 그것이 언제나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계 안에서만 머무는 것들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무언가 얘기가 많다가 갑자기 확 줄어들었나요?^^ 사실 글을 계속 읽고 생각하고 적으면서 크게 느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이 얘기하는 문제들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애써 부정하거나 변론을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고개만을 끄덕일 수 밖에 없더군요. 물론 몇몇은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여러 친구들로부터 듣는 얘기들이 많기에 완전 모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른 말에도 공감이 갑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 해결책을 모르겠다라는 것 말입니다. 이 글에서도 ‘맞아맞아’라고 얘기하지만,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얘기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하고 사람들이 공감하고 인식하여 하나씩 해결책을 얘기하며 노력하는 것을 보았기에 이 역시 점차 개선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지 못하고 먼 훗날 같은 문제를 얘기하는 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그는 문제를 알리고 또 다른 방식의 해결을 위해 떠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결에 완전히 손 놓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음을 계속 인지하며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어떠한 노력들을 해왔는지 되새길 수 있는 그러한 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계를 떠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뜨거운 질타 _ NewsPeppermint

Pascal Junod » An Aspiring Scientist’s Frustration with Modern-Day Academia_ A Resig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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