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던 식당 아저씨의 답변

By | 2015/12/25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포항을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점심으로 횟집에 가서 회를 시켜 먹었습니다. 횟집은 바닷가에 있어 도로를 가운데 두고 횟집과 상이 있었습니다. 횟집 안에서도 먹을 수 있었지만, 바닷가가 좋은 것 같아 그 곳에서 회를 시켜 먹었습니다.

잠시 후 50대 가량의 아주머니들 몇 명이 와서 회를 시켰습니다. 아마 친구들 사이로 보이는 그 분들은 회를 먹으며 여러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후 젊은 남녀와 어린 남자아이도 역시 와서 회를 시켜 먹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잘 먹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더군요.

앞에 얘기드린 것처럼 바닷가에 있는 도로 옆에 상이 있었기에 도로로 나갔다가는 위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식당 주인 아저씨께서 아이가 좋아할 과자(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탕인지 초콜릿인지 과자인지. 여튼 횟집에서는 나오지 않을만한 그렇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를 줬습니다. 어린애들은 원래 회를 잘 좋아하지 않으며 도로는 위험하다는 말과 함께…

 

그러자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아주머니들 중 한 명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아저씨, 우리도 어린애인데 왜 쟤만 줍니까?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장난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한 요구였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저씨는 어떻게 대처할 지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나 같으면 ‘어이쿠, 제가 미처 못 알아봤네요.’라면서 과자를 주는 것이 최적의 답인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의 답변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얜 머스마니까…

머스마는 사내 아이를 가리키는 동남 방언입니다. 즉, 이 아이는 남자이니 과자를 주는 것이다 라는 말입니다.

 

상당히 성차별적인 발언이었습니다. 큰 문제가 될 수 있을만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듣는 아주머니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크게 웃으시면서 서로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시더군요. 옛날에 정말 그러했다는 둥, 머스마와 가시나는 다르다는 둥, 자신이 실제 오빠나 남동생과 비교해 차별 당했다는 둥.

더하여 듣던 저희 어머니께서도 재치있으시다며 박수를 치셨습니다.

 

흥미로운 광경이었습니다.

만약 저 말을 젊은 사람이 했으면 어떠했을까요? 반대로 듣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었으면 어떠했을까요? 아마도 앞에서 제가 걱정하던 큰 문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화자와 청자 사이에 숨겨진 공감대가 있었고, 그렇기에 얘기가 잘 통한 것이었습니다.

더하여 아주머니들이 진정 원하던 것일 수 있는 ‘난 어린 사람이다.’라는 것에 대해 부정을 당하지 않았기에 더 좋게 상황을 넘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치있는 답변이라는 것이 이처럼 힘든 것인가 싶던 경험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바에 대해 거절하면서 이를 잘 넘길 수 있는 센스. 그런 것 말입니다.

저는 아저씨가 얘기한 답변을 그대로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설령 나이가 들어도 지금의 저와 같은 세대가 남녀 차별에 대해 표면적으로 드러내어 하지 않으니까요. (없다고는 말을 못합니다.)

그렇지만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과 상대방이 진정 원하는 것을 이해하여 그에 알맞은 말을 하는 재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에 이 글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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