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돈만 주면 다 해주길 바란다.

By | 2009/11/16

  소프트웨어 공학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돈을 내고 사람 혹은 회사를 고용하는 것이기에 이런저런 것을 처음에 해달라고 얘기를 한 후 완성품이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하였습니다. 만약 프로젝트 중간에 자꾸 고객에게 이것 어떤가 저것 어떤가라고 물어보면 짜증을 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 Requirement Gathering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때 저는 ‘왜 고객은 자신이 사용할 중요한 것임에도 짜증을 내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하는 그들에게 감동(?)하여 더욱 더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조금이나마 느끼는 일이 있었습니다.

 

c002

  위 페이지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강좌 자료 및 사이버 강좌가 올라오는 홈페이지의 소개 페이지입니다. 이 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PC 사양을 소개하고 있는데 외국인 학생도 있어 영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그림을 클릭하시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I minimize these problems, and a program is equipped regarding GeotIMyeo presenting refusal for progress of a smooth class, and you shall always prepare whether or not ItNeun Ga, state of network is normal through checks to be periodic of a user of general contents on use whether infection didn`t become it to a virus."

  GeotIMyeo? ItNeun Ga?

  전 이런 단어를 생전 처음 봅니다. 혹시나 싶어 억지로 발음을 해보니 ‘것이며’와 ‘있는가’로 발음이 되더군요. 이것은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발음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Are-Hanguel 2002 Viewer, A program to read Are-Hanguel 2002 writing lesson plan.

  Are-Hanguel? 아래한글 말인가요?

  그제서야 알아차렸습니다. 번역기로 돌린 결과물이라는 것을…

 

  황당한 마음에 이를 지적하려고 하였으나 그만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처럼 지적하고 고쳐달라고 얘기한 것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고객을 테스터로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고치고 있더군요.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할 테스트까지 전부 고객에게 전가하면서 요구가 들어오면 거기에 맞춰 허겁지겁 만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정말 허접하기 이를 때 없고 만들어진 것이 잘못 동작하여 이를 다시 지적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습니다.

  이처럼 처음이 아닌 진행 완료가 되었어야 할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계속해서 고객이 피드백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고객 입장인 저로서는 정말 피곤하기 그지 없더군요. 제가 이것만 테스트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적하면 거기에 맞는 돈도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사회에 나가면 고객이 아닌 입장이 될 듯싶은데 이런 식으로 하면 고객이 정말 화가 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입일 때는 이런 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겠지만 훗날 팀장 정도 되었을 때는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SW 업체라 생각하는 그 곳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IT 현실이 참으로 암울하게 느껴졌습니다. 소프트웨어공학적으로도 문제. 영어 번역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번역기를 돌린 것도 문제. 돌리고 난 결과물을 확인 한 번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이러면서 돈은 잘 받아 가겠죠.

 

  이번 일은 고객은 돈을 주고 처음에 일을 진행하고 난 뒤에는 맡긴 당사자가 완벽에 가까운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고객의 입장에서 크게 느끼는 일이었습니다.

4 thoughts on “고객은 돈만 주면 다 해주길 바란다.

  1. 두리뭉

    회사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하도 홈페이지가 허접해서 상사가 사기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애초에 요구부터가 엉망이었습니다. ‘대충 메뉴하고 레이아웃은 요기랑 저기랑 비슷하게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 알아서 넣어주고, 비싸니까 에누리해서 얼마에 뭐뭐 추가해서 퉁칩시다.’라는 과정을 통해서-그나마 한번 완성한 사이트를 오너변덕으로 몽땅 뒤엎어서 나온 사이트였습니다. 개발한 쪽도 제대로 요구분석을 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이상한 결과물은 결코 일방의 잘못으로 태어나진 않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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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Syu

      그러고보니 정작 사이트를 사용하는 고객인 학생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네요.
      ActiveX를 없애달라, 리눅스에서도 사용하게 해달라..
      깡그리 무시 당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이트를 만들 때 학교가 진행하였으니 사용자의 입장을 100% 대변하지 못했군요.
      요구분석에 있어 요구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군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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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nfiniti

    요구분석이든 고객분석이든 의욕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처리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적절한 평가에 따른 제재가 따라야 하는데, 평가를 하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제재를 받는 쪽이든 하는 쪽이든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사익과 관계되는 회사는 괜찮은 편이죠. 그러나 정부기관,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은 정말 대책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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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Syu

      그러고보니 이번 번역기 결과물은 의욕 없이 대충 만들었다는 것이 맞는 듯싶네요.
      그리고 학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사익이 관계된다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감봉.. 이런 식으로 해야할까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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