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짝퉁과 진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시장

By | 2010/01/03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다가 문득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 이를 소개 및 제 생각을 남기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전략)
우리는 부자 나라 출판사들이 개발도상국 내에서 학술서의 저렴한 재생산을 허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이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은 너무나 비싸서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어차피 구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서 이 출판사들이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중략)
이와 비슷한 논리로 개발도상국의 짝퉁 제품에 대한 부자 나라들의 공포감을 조명해 볼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지적했듯이 개발도상국에서 짝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품을 살 여유가 없다. 따라서 그 짝퉁들이 부자 나라로 몰래 반입되어 진품으로 팔리지 않는 한 짝퉁으로 인해 진품 제조업자의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은 사실상 진품 제조업자들을 대신해서 무료 선전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특히 고도 성장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지금 짝퉁을 사서 쓰는 소비자들이 나중에는 진품을 사서 쓰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예컨대 많은 한국인들이 1970년대에는 짝퉁을 샀지만 지금은 진품을 사서 쓰고 있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나쁜 사마리아인들>, 부키, 2007, pp. 220

 

  위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바로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일반 개인 가정 사용자에 대한 정품 사용의 확대를 위한 가격 인하였습니다.

MS Office 2003 나라별 가격 비교, 그리고 제안

  MS Office 2003 제품 중 개인 가정 사용자에 한하여 싼 가격에 판매하는 라이선스가 있는 것을 보고 아래한글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소프트웨어들도 그렇게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제안한 것입니다.

 

  왜 이 제안을 위의 글을 읽으면서 떠올렸는가 하면 개발도상국을 개인 사용자, 부자 나라를 기업 및 단체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싼 값에 팔리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 쓸 수 있을 만큼의 개인 사용자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마치 개발 도상국의 부자들처럼 말이죠.

  따라서 그런 개인 사용자들이 쓸 수 있는 라이선스를 싸게 판매한다면 어차피 그들은 구입하지 않았기에 제작 판매자 입장에서도 큰 손해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 라이선스가 기업 및 단체에서 사용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을 단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개인 사용자들이 비록 싼 가격에 구입한 것이라 할지라도 자주 사용하면 익숙해지고 거기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생산이 될 것이니 그들이 기업에 취직을 하거나 할 때 그 제품을 구입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물론 이는 매우 이상적인 꿈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 창출이 기대되는 세 번째 단락이 아닐지라도 두 번째 단락까지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니 이를 확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은 기업 및 단체를 상대하여 판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과 같은 개인을 상대로 하여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경우 이런 전략을 쓸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 및 단체를 PC방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지만, 이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또한, 이것은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탄생을 막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 그 점도 염려스럽습니다. 마치 거대 유통업을 잠식하던 대형 할인마트가 이제 소매업에도 뛰어드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러 혼란스러운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었지만, 그만큼 제 관심을 확 끌었다는 점에서 이 글을 적어 기록으로 남깁니다.

4 thoughts on “나쁜 사마리아인들 – 짝퉁과 진품 그리고 소프트웨어 시장

  1. 두리뭉

    보고있자니 오토캐드와 포토샵이 생각나네요.
    두 프로그램을 이용한 산업은 발전했지만 결국 종속된 셈이지요.
    IT에서 따르기는 위험할 듯 싶네요. 게다가 진품과 가짜는 중국 산차이 물건들 보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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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Syu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사실 이 글을 적으면서 마지막에 문득 든 생각이 독점의 가속화였습니다. 마지막에 든 생각이라 간단히 언급만 하였는데 생각해보면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지적에 감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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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지영

    Price Segmentation 이라고, 이미 많이 사용되는 기법입니다.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 여러가지 가격대를 형성시켜서 많이 낼수 있는 고객한태는 최대한 많이 받고, 조금 낼수 있는 고객한태는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고 하는거조. (물론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 하는건 아니고.. 라이센스라던지 기능들을 가지고 저울질을 해야조.)

    출처는 http://www.joelonsoftware.com/articles/CamelsandRubberDuckies.html – 시간되시면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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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Syu

      반갑습니다.
      저 역시 제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 MS Office의 라이선스를 보고 한컴도 그런 전략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에 하였고 그 기억에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해당 전략 이름까지 소개해주시고 링크까지 걸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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