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의심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

By | 2010/01/08

  2008년 국방부 지정 불온도서로 임명되는 영예(?)를 얻어 더욱 유명해진 책인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을 이제야 다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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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잡게 된 이유는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국방부에서 불온도서로 선정하였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비웃음 섞인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았기에 무슨 이유에서 불온도서로 선정하였고 사람들이 웃었는가 궁금하였습니다. 경제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유 무역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아 흔히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만 읽는다는 우매한 대중이 되어 책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보 같다는 대중이라는 것을 인정하였기 때문인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지만 그 중 몇 가지 대표적인 것만을 적습니다.

여섯 살 난 아들에게 교육을 시키느냐 일을 시키느냐에 대한 이야기

  겉표지에 소개되고 다른 리뷰글에서도 많이 소개가 된 부분입니다. 저 역시 여기에 크게 공감하기에 먼저 이를 적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적당한 것이든 아니든 모든 물가 상승은 나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가 상승은 고정된 수입을 가진 사람들, 특히 전체 인구 중에서 가장 약한 집단인 노동자와 연금 수급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략)
낮은 물가 상승률을 가져오는 데 필요한 정책은 노동자들이 미래에 벌 수 있는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금융재정 정책은 경제 활동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노동 수요의 감축, 실업 증대, 그리고 임금 감소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략)
물가 상승률의 하락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연금 수급자와 고정된 이율로 금융 자산에서 수입을 얻는 경제 주체들에 한정된다. 이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소득은 오히려 더 잘 보호된다.
(중략)
지나치게 엄격한 통화 정책은 투자를 줄인다. 그리고 낮은 투자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감소시킨다.
(중략)
일례로 1997년에 외환 위기를 맞아 한국의 주부들이 가정에서의 반찬 가짓수 줄이기 운동을 비롯해 자발적인 절약 캠페인을 펼쳤을 때, ‘파이낸셜 타임즈’ 한국 특파원은 이런 행동이 ‘성장을 떠받치는 데 필요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경제 후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한국 주부들이 했던 행동과 그 ‘파이낸셜 타임즈’ 특파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IMF에 의해 강요되었던 재정 지출 삭감은 과연 무엇이 다른가?

pp. 233~244

  흔히 기사를 보면 물가 상승률은 서민을 잡고 경제를 악화시키며 사회를 악의 구렁텅이로 넣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물가 상승률은 반드시 낮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무조건 낮아야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같이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온 얘기는 조금 다른 얘기인 듯싶지만 같은 chapter에 나온 것이라 같이 넣었습니다. 특히 IMF 때 나온 재정 지출 삭감은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것이 많은 듯싶습니다. 흔히 얘기하는 빅딜 정책과 반대되는 전략이었으니까요. 여기서는 IMF의 농간에 우리나라가 당한 것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좀 더 알아보고 시간이 지난 미래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날의 부자 나라들 대부분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굉장히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에 성공했다.
(중략)
뇌물 수수는 부(富)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전되는 것이다.
(중략)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부정한 돈이 해당 국가에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뇌물로 받은 돈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다면, 이것은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소득과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일에 기여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는 부정부패와 관련된 돈이 대부분 국내에 남아서 고용과 소득을 창출했다. 자이레의 경우는 부패한 돈이 대부분 국외로 빠져나갔다.
(중략)
따라서 부정부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 해당 부패 행위가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 2. 뇌물을 받은 사람이 뇌물을 어떻게 쓰느냐, 3. 만일 부패가 없었다면 뇌물이 과연 어떻게 쓰일 수 있었느냐에 따라 다르다.
(중략)
수많은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은 훌륭하게도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고도 청렴하게 살아가지만, 봉급이 적으면 적을수록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은 점점 커지게 되어 있다.

pp. 252 ~ 258

  지금까지 부정부패란 반드시 떼려 잡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는 동화 속에 나오는 얘기처럼 부정부패와 정의만이 있는 이분법적인 세상에서만 통하는 얘기였습니다. 뉴스를 접하고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면서 점점 어릴 때 경멸했던 어른을 보며 만나며 되어가면서 그렇게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고민을 하였지만 단순히 ‘부정부패는 다 때려잡자.’라는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한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잘 생긴 남자는 다 죽여야 한다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 글은 부정부패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살펴봐야 할지 그리고 경제적 관점에서도 부정부패는 나쁜 것이지만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점에서 지금의 저 자신에게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관점 모두에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뇌물로 받은 돈이 국내에 남아있느냐 국외로 나갔느냐는 이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마지막에 소개한 글은 제가 고등학생 때 수능을 위해 읽었던 글 중 하나와 얘기가 통하기에 여기에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그 글은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가 적은 것으로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먼저 사또의 봉급을 크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청렴을 강조하면서 봉급을 작게 주니 재산을 챙기는데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기에 봉급을 왕창 주어 이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 글의 주장 중 하나였습니다. 매우 신선하였기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누가 어떤 글에서 이를 주장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이 점이 아쉽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웠습니다. 따라서 훗날 그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실학자의 얘기와 동시에 참조로서 이 글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유교란 정확히 어떤 문화인가? 헌팅턴이 한국과 관련하여 표현한 것처럼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그리고 규율’을 중시하는 문화인가? 아니면 실용적인 직업을 멸시하고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고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문화인가?
둘 다 맞다. 앞의 묘사는 경제 발전에 유리한 요소들만 뽑아 낸 것이고, 뒤의 묘사는 경제 발전에 불리한 요소들만 뽑아 낸 것이긴 하지만, 유교에 대한 일면적인 묘사를 하기 위해서는 특정 요소만 골라낼 필요도 없다.

pp. 294

  흔히 듣는 얘기로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은 유교와 관련되어있다가 있습니다. 저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전문가인 그들의 말이 당연히 맞다 생각하였고, 결과적으로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어느 정도 상위권이기에 역시 맞다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그런가?’라는 의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란 관찰자에 따라 다른 것이고 부분마다 다른 것이고 한 국가도 범주가 매우 큰 것이고 마지막으로 문화 그 자체가 변화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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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나라들은 자만에 빠질 수 있다. (중략) 한국은 부자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996년 OECD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고부터는 부자 나라처럼 행동했다.

pp. 316

  여기에 대해 제 기억에 남는 생각이 있어 책 밑에 글을 간단히 적었습니다. 이를 좀 더 여기에 적겠습니다.

  OECD에 가입하면서 드디어 우리나라도 부자 나라라는 얘기를 뉴스를 통해 접하던 때 저는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는 부자 나라인가?

  학교에서 배우는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나라는 교통 사고 사망자 1순위이며 코리안 타임을 가졌으며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 크게 떠들거나 낙서를 하는 등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며… 등등 선진국과 비교하여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듣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자들의 단체라고 하는 OECD에 가입하였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부자 나라라는 얘기를 강조하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가진 의문이 위에 나온 ‘정말인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선진국과 비교하여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은 돈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국민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통 사고 사망자가 1순위인 이유는 교통 법규를 잘 지키지 않아서이고, 코리안 타임은 제 때 시간을 지키지 않아서이고, 외국에서 기본 예절은 지킨다면 괜찮다는 해결책을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은 부자라고 하지만 저와 저희 집은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심히 일하셔야 살림을 차려갈 수 있었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흔히 얘기하는 부자와는 거리가 매우 멀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국민은 부자가 아닌데 부자 나라라고 세계에 공헌한다면 부자로서 가지는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IMF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IMF를 비롯하여 지금의 경제 상황이 나쁘다고 하는 것은 부자가 되지 않았음에도 부자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부자라고 자랑하고 다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책 내용과 함께 생각을 한 글에 적느라 글이 길어지고 생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는 이유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그렇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의심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전 많은 것을 의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전문가의 얘기라며 혹은 뉴스에서 여러 번 떠들었기 때문이라며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금 의심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불온도서가 된 이유를 명확하게는 알지 못하겠지만, 그런 의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였다면 아직 이 나라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에 한탄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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