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By | 2010/05/08

  최근 학교에서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과외라니 조금 이상하네요.^^ 하지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최근 학교에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어를 잘 모른다고 하네요. 그래서 국제어 강의라고 하여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행되는 수업 중 하나가 교수님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국제어 강의임에도..

  그래서 수업을 같이 듣는 외국 학생들이 교수님께 자신은 한국어를 잘 모른다고 하자 ‘나중에 나중에’라고 얘기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듣지만 이해는 전혀 못하며 독학을 하고 있다 합니다.

  그런 이유로 학교에 튜터를 요청하였고 공개적으로 튜터를 모집하였습니다. 그 과목은 바로 ‘이산수학’입니다.

 

  저번 방학 이산수학에 대해 제가 무지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확하게는 그래프 이론 부분에서 심화적인 부분을 배우지 못한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독학을 하였고 그런 이유로 ‘혹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여 신청하였습니다. 그런데 덜커덕 제가 이산수학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선착순..^^;;;

 

  그렇게 중간 고사 전에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두 명이라고 들었는데 나중에는 6명이 오더군요. 그래서 일대일 과외가 아닌 그룹 과외가 되었습니다. 중간 고사 전에는 시험 범위에 있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훑는 정도로 2주 가량 진행하였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기말 고사를 위해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과외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몇 가지 겪었습니다. ‘실력, 이해력의 차이 극복’, ‘언어’ 그리고 ‘자격지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대일 과외는 조그마한 경험이 있습니다. 친구 어머니께서 친구 동생을 가르쳐주기를 원하셔서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것입니다. 그 때는 아무래도 일대일 이니까 그의 실력과 이해력에 맞춰서 설명을 하면 되었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은 간단히 얘기하고, 이해가 빠른 것은 바로 관련 문제를 풀어보고, 이해가 느린 부분은 다르게 설명하며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6명 앞에서 강의 비슷하게 해야만 했기에 어떤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이해가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이 존재하니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내용을 설명하면 아는 사람은 그 시간이 지겨워지고 그렇다고 간단히 넘어가버리면 모르는 사람은 수업에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 존경하는 수학과 교수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학생에게 맞추어 나가는 것보다 어떤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지를 먼저 파악해라.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을 무엇인지 얘기하고 설명하면 모르는 학생은 그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할 것이고 잘 아는 학생에게는 그 외의 것을 얘기하면 된다.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을 파악해라.’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떤 것을 반드시 학생이 알아야 하는지를 파악하여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주 동안 어느 학생에게 맞춰야 하는가 고민하면서 학생에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언어입니다. 그들은 한국어를 잘 모르기에 저 역시 과외를 영어로 진행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수업 과목이 수학이기에 언어의 화려함보다는 간결하고 직관을 요구하여 얘기하기가 편합니다. 저는 해당 과목을 한국어로 적혀진 책과 한국어 강의를 들어 배웠지만, 그 뒤에 영어로 적혀진 책으로 독학하였기에 영어로 된 용어 사용에 더욱 익숙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영어 표현력 부재로 인해 설명이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문제들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조합론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순열과 조합에 대해 간단히 제가 고등학교 때 배운 식으로 가르쳐 준 것이 정말 미안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가르칠 수 있는 자리에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산수학에 대해서 잘 배운 것도 아니고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관련 문제를 잘 푸는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심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수론이나 조합론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먼저 그 과목을 배웠기에 그들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교수님께 얘기 드렸더니 ‘다 그런 것이다.’라고 웃으시더군요. 정말 다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학자들에 대한 얘기를 읽다가 한 사람에 대해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월등히 뛰어나서 학부 때 교단에 서서 수업에 강의를 진행하였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그 때 학교 교육 여건이 힘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이라면 박사나 석사 등 더욱 대단한 사람들이 여러 있는데 감히 학부생이 교단에 서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나도 감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상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우던 것을 다시 한 번 가르치는 상상을 하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나 심했으면 룸메이트가 잠꼬대로 배우던 것을 하나씩 가르쳤다고 얘기해 주더군요.

  그렇게 상상만 하던 일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이뤄진 것입니다. 비록 정규 수업은 아니지만, 정규 수업에서 얻지 못하기에 제가 그들을 가르치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들에게 너무나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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