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By | 2016/10/30

여기 카테고리에 오랜만에 글을 적는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는 사람들에게 공개된 블로그이면서 동시에 저 스스로의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제 스스로에 대한 얘기가 가득 담겨져있습니다.

그런 곳이기에 한 번 천천히 예전 글을 보니 제가 가장 되고 싶었던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이란 참으로 이상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존재라는 뜻입니다. 지금 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지지 않은 순순히 지금 내가 존경하고 있는 그 사람. 그것이 어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른은 어느 순간에 되리라 믿었습니다. 지금 내가 부족하더라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노력을 잃지 않으면 말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새 30년 넘게 이 세상에 살아와서 여러 일을 겪었지만 어릴 때 조그만 일에도 울고 주저앉던 모습은 늘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 그 외 여러 조직

그렇게 여러 학교와 조직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는 언제나 늘 존경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한 가지도 존경할 거리가 없어보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나라도 그 사람을 존경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를 가지고 얘기할 거리는 없었습니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 나를 따라라

그러한 생각이 들기가 참으로 어렵더군요. 도리어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으면서도 반대로 나이와 상관없이 너와 나는 하나의 인간이라는 관점을 가지는 게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나이를 먹어가며 막내 생활을 벗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늘 느낍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언갈 챙길 수가 없다는 것을. 나이가 적다고 해서 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이러던 어느 날 제가 제 나이를 깨닫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하고 있는 CS101이라는 학부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의 조교 활동 덕분입니다. 어느 날 일이 있어 다른 분반에 들어가게 되었고 두 학생이 오랫동안 끙끙 앓으며 힘겹게 코딩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늘 언제나처럼 그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렇게 저에게 얘기하더군요.

저희에게 화를 내지 않고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그 반에 조교들은 잘 풀지 못하는 그들에게 화를 냈거나 혹은 그러한 모습을 보였나봅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은 거기에 반응하여 움추려들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러분과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10년이랍니다.

말을 끝내고 나서 나 스스로 놀랐다. 10년이다. 학부 1학년 눈 내리던 기숙사를 놀라워하던 그 시기가 어제와 같은데 벌써 10년이나 된 것이다. 그토록 고뇌하고 슬퍼하던 시기가 10년이 넘었다니 정말 놀라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그들과 내가 10년이 차이가 나는 것처럼, 혹은 그들의 행동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것처럼, 어쩌면 내가 바라는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어른이 되고자 했던 아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이가 지나간 것입니다.

 

블로그 글도 보니 어느 새 10년이 지나갔습니다.

그간 여러 일이 있었다는 것을 이를 봐도 알 수 있겠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제가 꿈꾸던 그런 어른은 언제쯤 될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조금씩 여유롭게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득 학생들과 나의 차이가 10년이 됨을 알고, 아니 그 전에 여러 학생들을 만나 여유를 가지게 된 내가 서 있을 그런 시간 말입니다.

 

하고픈 말을 마음껏 떠드니 글의 흐름이 엉망이군요.

다시 고치려고 해도 정신이 없어 힘듭니다.

여하튼 이것만 기억하고 살아간다는 것을 지금 여기서 기록하고 싶습니다.

논쟁이 발생할 때 ‘나이’를 무기로 휘두르는 것처럼 추잡스러운 것은 없다.
그렇게 최후의 것을 휘두르지 않도록 늘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남을 살펴보며 살아가자.

아직 젊은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훗날 정말 모두에게 ‘당신 나이가 많아요.’라는 소리를 들어도 저 생각이 변함없기를 바랍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