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부 마지막 시험

By | 2011/01/01

  2004년 3월에 입학하여 지금까지 중간에 군 휴학으로 3년을 쉰 것을 제외하고 4년 동안 대학교를 다녔습니다. 다니면서 여러 수업을 듣고 여러 과제를 하며 여러 시험을 쳤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제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기에 마지막으로 친 시험을 여기에 기록하여 훗날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로 친 시험은 너무 예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쉽습니다.)

  학부 마지막 시험은 학기가 공식적으로 끝난 다음에 쳤습니다. 이유는 하나. ‘고급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해당 수업은 16주를 강의하는 다른 수업과 달리 18주를 강의하는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학기가 끝난 다음 주에 시험을 친 것입니다.

  시험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것을 허락하셨습니다.

  • 오픈북
  • 오픈 인터넷
  • 오픈 노트북
  • 오픈 네이버 검색

  이러한 방식의 시험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4학년 1학기 시스템 시뮬레이션이라는 수업에서 이렇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 때 나온 문제는 3시간 안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든 후 이를 검증하는 것까지 완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오픈 인터넷이라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을지라도 거의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집중력을 발휘해서 코딩을 하고 결과물을 뽑아내고 결과물을 분석하는 최소 24시간 정도 걸릴 분량을 3시간 안에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시험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길 다섯 가지 문제를 내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푸는 것이라고 하여 전처럼 그렇게 프로그래밍 하는 문제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럼 과연 어떤 문제이기에 저렇게 오픈을 한다는 것일까 궁금하였습니다.

Exam

  해당 시험지입니다. 시험지는 간단하게 A4 한 장에 적혀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난이도는 어마어마하였습니다.

  그 시험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문을 작성하세요.

  다섯 가지 문제라는 것은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작성할만한 논문의 주제 분야였습니다.

  • Delay Tolerant Networks
  • Cooperative Communication Scheme
  • Wireless Network Coding
  • Exposed Terminal Problem
  • TCP Overhead in mobile network

  이렇게 네트워크 시간에 배운 내용과 수업 시간에 논문을 읽고 리뷰를 하며 본 내용 중 문제로 남아있는 것을 논문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는 것이 아니라 논문 평가를 할 때 쓰는 기준에 맞춰 작성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시간은 역시 3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문제는 처음 받아봤기에 황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시간은 3시간 밖에 없기에 황당해 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일단 다섯 가지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제가 그 분야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Delay Tolerant Networks와 Wireless Network Coding는 제쳐두었습니다. 그리고 Cooperative Communication Scheme의 경우 문제에서 relay node를 찾는 것을 저 자신도 궁금하게 생각하였지만, 마땅히 답을 찾지 못했던 기억이 있기에 보류하였습니다. 4번째는 문제 자체는 제가 잘 알고 있지만 시험지에 적혔듯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MACAW를 알고 있지만, 교수님께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하셨기에 이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5번째를 선택하였습니다. 특히 5번째는 스마트폰을 교수님께서 예로 설명하셔서 제 스마트폰을 살펴보며 고민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문제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TCP Overhead 중 TCP Connection Overhead를 고민하였습니다. TCP는 connection oriented이기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연결을 한 후 데이터를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전송이 다 끝나면 연결을 종료한다는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문자와 같이 적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때는 이러한 것이 Overhead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 여러 문제 중에 Connection Overhead를 선택하였습니다.

  문제를 명확하게 한 후 문제를 좀 더 이해하였습니다. 왜 TCP는 connection oriented를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즉, 이를 제거하더라도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이 때 인터넷 검색 및 오픈북이라 하여 준비한 교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유를 알았기에 이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유지되면서 overhead를 제거하는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점점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쌓아갔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완성도를 쌓아 올린 후 시계를 보니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그 동안 전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지에 나온 형식에 맞춰 급하게 글을 적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스마트폰의 특성에 맞춰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그림을 그려 설명을 한 후 기존의 TCP를 사용하였을 때의 그림도 같이 그려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의 근거로 여러 가지를 얘기하였고, Overhead에서 단순히 네트워크의 혼잡도만을 얘기하지 않고 Power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론을 적고 참조 문서를 적으니 시험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다 적고 나니 힘이 빠졌습니다. 어지간한 시험이라도 이렇게 힘이 빠진 적은 드문데 그 날 아침에 부산에서 수원으로 올라온 피로가 함께 있어서인지 정말 피곤하였습니다. 그래서 시험 끝나고 같이 듣는 분들과 시험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못했네요. 특히 이 시험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적는 것이기에 어떤 문제를 선택하고 아이디어를 냈는지가 무척 궁금하였기에 이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대학교 학부 마지막 시험은 끝이 났습니다. 더 이상 대학교 학부생으로 시험을 칠 일이 없어진 것입니다. 끝을 잘 마무리 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끝이라는 생각에 시원하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방식의 시험이라 그러한 마음이 더욱 강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재미없는 주절주절 적은 글이지만, 훗날 대학 시험을 떠올린다면 가장 크게 기억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 ‘그 땐 이런 생각으로 시험을 쳤었지.’라며 웃을 수 있기를 바라기에 이 글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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