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실패 그리고 기회

By | 2012/08/14

  오늘 한 사람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에 너무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거기에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없어 최대한 공감하며 경청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 얘기가 떠올라 얘기해보았습니다. 그것을 여기에 정리하겠습니다.

 

  카이스트 석사 합격이 되었다는 소식을 2010년 추석 전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소식을 친척들에게 전하였습니다. 그 때 한 어르신이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학부는 안 좋은 대학 들어갔어도 석사는 좋은 곳에 들어갔구나.

  그렇습니다. 제가 나온 학부는 어르신들에게는 안 좋은 대학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다른 사촌형, 누나들이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에 진학하였고, 졸업한 지금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고등학교를 다니던 당시 제가 조금 공부를 한다는 얘기를 전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친척들의 기대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모의고사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공은 컴퓨터 공학으로 정해졌지만, 학교는 수능 점수에 맞춰서 진학하였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좌절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작지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먼저 부모님과 떨어져 유학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의 간섭이라는 것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조금 있었지만, 대학교를 진학하면서부터 부모님은 이런 저런 간섭이라는 것을 저에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기대는 여전히 가지고 계셨지만, 좋은 대학을 가라는 것이 아닌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우리는 믿는다.’라는 식의 기대였습니다.

  더하여 친척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기대감이 사라졌습니다. 학부 때 대학교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었기에 저는 별 생각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보시기에 좋은 대학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사라졌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저는 정말 자유롭게 지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생애 그렇게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던 적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때 여러 사람들이 저에게 실망하며 기대를 하지 않게 되면서 저는 좌절감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 다른 사람의 눈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할 때 한 교수님께 여러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너의 대학 생활을 보면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최악의 약점으로 너에게 다가올 것이다. 이후 너의 인생에 실패가 오더라도 크게 좌절하지 말아라.

  그 때 당시에 저는 ‘나는 실패가 없었구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전의 인생에 실패가 존재하였고, 그로 인해 좌절감과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의 고민을 들으면서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그에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네요. 그러한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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