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츠를 먹지 않았던 이유

By | 2013/03/02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 하나로 ‘몽테크리스토 백작(The Count of Monte Cristo)‘이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보았는지 하루에 한 번은 6권으로 분할되어 있던 그 책 중 하나를 잡아서 아무 구절이나 읽었습니다. 그러하여 여러 부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 하나의 구절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가 자주 보던 그 6권의 책이 없어 한국어 번역을 여기에 소개할 수 없지만, 영어로 된 것을 무료로 볼 수 있기에 이를 가져오겠습니다.

Mercedes let them fall, and sighed. A magnificent peach was hanging against an adjoining wall, ripened by the same artificial heat. Mercedes drew near, and plucked the fruit. "Take this peach, then," she said. The count again refused. "What, again?" she exclaimed, in so plaintive an accent that it seemed to stifle a sob; "really, you pain me."

A long silence followed; the peach, like the grapes, fell to the ground. "Count," added Mercedes with a supplicating glance, "there is a beautiful Arabian custom, which makes eternal friends of those who have together eaten bread and salt under the same roof."

"I know it, madame," replied the count; "but we are in France, and not in Arabia, and in France eternal friendships are as rare as the custom of dividing bread and salt with one another."

"But," said the countess, breathlessly, with her eyes fixed on Monte Cristo, whose arm she convulsively pressed with both hands, "we are friends, are we not?"

출처: http://www.gutenberg.org/ebooks/1184

  위의 구절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옛날 약혼자였던 메르세데스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그는 메르세데스와 결혼한 그리고 자신을 배신하였던 페르낭이 개최한 파티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는 복수의 자유를 위해 그 파티에서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를 확인한 그녀는 그에게 먹을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백작은 이를 절대 거절하였고, 메르세데스는 둘이 빵과 소금을 한 지붕 아래에 먹으면 영원한 친구가 된다는 아라비아 문화를 얘기하는 장면입니다.

 

  이 구절을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제가 하는 행동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이가 주말에 저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구실에 전화까지 하며 매우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약속 시간을 토요일 오후 2시로 잡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약속 시간 전부터 계속 연구실에서 그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지만 2시가 지나고 3시가 지나도 찾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연구실 전화번호도 알고 있던 그였지만 연락도 없었기에 그가 약속을 잊었거나 다른 사정이 있다 생각하고 제 일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쉬고 있을 때 연구실에 불쑥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2시에 오기로 했던 그였습니다. 그는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던킨 도너츠의 도너츠들을 가져왔더군요. 일단 찾아왔으니 여러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얘기가 끝나고 그가 떠난 후 남은 도너츠를 보며 고민하였습니다. 저녁을 먹어 배가 부른 상태이고, 토요일이라 계속 연구실에 두면 일요일에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는 사람의 성의도 있었기에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연구실 사람들에게 도너츠를 전부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한 행동을 한 후 몇 달이 지난 후 이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가 있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에피소드를 얘기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의 도너츠를 먹지 않고 다른 이에게 양보했던 이유는 혹시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보던 행동을 따라 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개인적으로는 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약속 시간을 어긴 것과 그에 대한 연락이 없이 한참 후에 불쑥 찾아왔다는 점이 그가 저를 너무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감정이 있었기에 그가 들고 온 도너츠를 먹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앞에 얘기한대로 저녁을 먹은 후라서 배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매우 단 음식인 도너츠 자체를 먹을 생각이 없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냥 두면 먹지 못하고 썩을 것 같았던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 함께 어렸을 때 자주 읽었던 몽테크리스토 백작 속 주인공의 생각/행동과 저를 동일시하는 현상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매우 독특했던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잘못되고 왜곡된 기억이 남지 않도록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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