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잘못에 항변하고 회피하는 자세

By | 2018/02/21

과거의 잘못에 대해 항변하고 회피하는 자세에 대한 얘기입니다.

최근 얘기 중 하나로 미투 운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2017년 10월에 시작한 것으로 해시태그 #MeToo 를 붙여서 성폭행과 성희롱을 밝히는 운동입니다. 아래 위키피디아에 적혀진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The “Me Too” movement (or “#MeToo”, with local alternatives in other languages) spread virally in October 2017 as a hashtag used on social media to help demonstrate the widespread prevalence of sexual assault and harassment, especially in the workplace.[1] It followed soon after the public revelations of sexual misconduct allegations against Harvey Weinstein.[2]

https://en.wikipedia.org/wiki/Me_Too_movement

이러한 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난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최영미 시인이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시입니다.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207500006

여기서 En선생이 누구인지는 ‘노털상’이라는 것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습니다. 즉, 재판을 통해 유죄가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폭로가 이루어졌지만 실제 그런지는 재판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밝혀져야합니다.

하지만 위 시의 폭로 이후 당사자는 아래와 같이 답을 했다고 합니다.

‘En’으로 지목된 유명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0207500006

이를 보면 사실이기는 사실인가봅니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이러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과지성사를 설립한 ‘문지 4K’ 중 한 사람인 문학평론가 김병익(80)씨가 8일 이번 파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투 운동에 동의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존경할 만한 것을 할퀴어 가치가 전도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진의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357457

저 말만 본다면 딱히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Q&A를 자세히 보면 흥미롭습니다. 혹시 위변조가 되었다고 할까봐 스크린샷으로 찍어보았습니다.

cap001_1519137932

cap001_1519137939

cap001_1519137949

cap001_1519137959

cap001_1519137971

cap001_1519137983

cap001_1519137994

매우 흥미로운 발언입니다. 정리하자면 ‘그 때 만연하던 것을 왜 쓸데없이 왜 밝히고 그러냐?’로 볼 수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그러면서 세상이 달라졌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러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 발언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바로 서정주 시인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논란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느니 그 사람의 작품만 보면 좋지 않냐는 말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선정이 될 때 여러 말이 나왔던 것입니다. 너무 똑같은 반응이라 혹시 그 때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위의 그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이와 관련하여 여러 얘기가 생각나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가장 하고픈 말은 저 자신에게 있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사람을 죽이거나 강도짓을 하거나 성폭행을 하는 등 중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경범죄부터 시작해 모든 사람들에게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과거 혹은 지금은 만연한 것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 기억과 기록과 아픔이 남아 훗날에는 크나큰 잘못으로 인식되어 저에게 사과와 반성을 요구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았기에 지금 잘못이라고 인지한 것은 더욱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먼 훗날 지적을 받았을 때 비록 공소시효가 지났다 할지라도 사죄를 해야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또한, 세상이 변하면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도 나이가 들어 배우는 능력이 부족해진다 할지라도 노력해야겠다는 것도 남겨봅니다.

PS

cap001_1519138006

같은 기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한 사람도 있어 따로 남겨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