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 직장전화로 사적인 전화쓰기에 대해…

By | 2006/08/09

날이 무지 덥네요.

이런 날일수록 책 읽기가 귀찮지요.

그래서 작은 책을 잡고 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렸을 때 읽은 책 중에

‘밤토리 만화 목민심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만화로 된 것이라 쉽게 읽혀졌고,

누구나 그렇듯이(아닌 분도 있으시다면 죄송.)

저 또한 대통령이 꿈이라

바른 대통령이 되려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 후 대학생이 되어 만화가 아닌 원문을 읽으라는 글을 남겼지요.

아직 한자 실력이 미약해서 원문은 힘들지만,

(물론 한자만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만..)

번역을 해놓은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관련 글 보기)

 

이 책이 조선 후기 때 지방 관헌에 대한 책이라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 길을 갈 때 미신으로 꺼리는 곳이라 하여
    바른 길을 버리고 다른 길로 돌아서 가려고 하거든,
    마땅히 바른 길로 가서
    사괴(邪怪)한 말을 깨뜨리도록 해야 한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어느 길에 귀신이 나온다고 하여 피해다닙니까?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부분이 있어

쓸데없는 책이라고는 말 할 수 없겠네요.

그 중 가장 와닿는 것이 있어 여기에 적습니다.

 

율기 6조(律己六條) 절용(節用)편을 보면

이런 해의가 있습니다.

  • 논어에 보면 절용이애인(節用而愛人)을 행정의 요체로 삼고 있으니,
    즉, 재정을 아껴 씀으로써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 정선이 말하기를,
    “옛날 현령 중에 지극히 청렴한 자가 있었는데,
    서울서 공문이 이르게 되면 관촉(官燭)을 켜놓고 봉함을 뜯어보다가도
    집에서 온 글월이 있게 되면 관촉을 끄게 하고
    사촉(私燭)으로 글을 본 뒤에 다시 관촉을 켜게 하였다고 한다.”
    라고 하였다.
    비록 굽은 것을 바로잡는 행위로서는 너무 지나쳤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풍속을 격려하는 좋은 예인 것이다.
  • 자기 재물이라면 아껴 쓸 줄 알면서도
    공용이라면 이를 소홀히 생각하고 함부로 쓰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공사를 자기 개인의 일처럼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목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제가 현재 공익근무요원이라 도서관 자료실에 있습니다.

제 자리에는 컴퓨터 하나와 전화기가 있습니다.

컴퓨터로 대출, 반납 및 기타 일을 해야하고,

전화기로 연체자에게 반납독촉전화를 해야합니다.

물론 이 일은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휴대폰 밧데리가 다 되었거나,

병원이나 인터넷 업체 상담전화를 할 때

이 전화기를 사용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즉, 사적인 전화를 쓴 것이지요.

 

처음에는 안되는 줄 알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쓰는 것을 보고

저도 같이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 문구와 경험담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문구는 이미 얘기했으니 경험담을 얘기하겠습니다.

점심 시간에 식당에 앉아 밥을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사람 중 한 명이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어제 마치기 전에 애 다니는 학원에 전화해서 물어봤어.

그런데 담당선생님이 없으시더라구.

그래서 전화를 끊고, 퇴근을 했는데

그 학원에서 발신자 번호를 보고 도서관으로 전화를 한거야.

그런데 다른 사람이 받았는데 학원이라고 하니 황당했던거지.

아니 어떻게 발신자 번호를 보고 다시 전화를 걸 수 있는거야?’

 

들으니 조금 황당하더군요.

‘제대로 통화가 되지 않았으니

발신자 전화번호를 보고 다시 전화도 걸 수 있는거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도서관 전화로 사적인 전화를 썼다는 것.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모르더군요.

워낙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인식하지 않는다.’가 정답일까요?

 

아무튼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번쩍하더군요.

‘아..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면서 살겠구나.

내가 욕을 하는 공무원이 되는것이구나.’

그래서 당장 그만두었습니다.

전화를 써도 폰을 쓰고,

폰 밧데리가 다 되면 기다렸다가 다음에 쓰고

정 안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썼습니다.

(급한 일이라고 할 지라도 썼다는 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군요.

깨닫고 나서도 쓰다니 부끄럽네요.

또한 이 글도 근무시간 사람 없을 때

업무용 컴퓨터로 쓰는 것이니 말입니다.)

 

제 능력으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공무원, 법관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떻게 보면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직장에서 가져야 할 기본 태도라던가,

다른 여러 상황들이 많이 있어

읽어 손해 볼 것은 없다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민족운동의 지도자

호치민의 머리맡에는 목민심서가 있다고 하죠.

(관련 기사 보기)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들께서는

머리맡에 무엇을 두실지도 궁금합니다.

12 thoughts on “목민심서 – 직장전화로 사적인 전화쓰기에 대해…

  1. mark

    멋진 말이네요.. 저도 지켜야겠습니다.
    귀신나오는 길은 현재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미신들이 있죠.. 손없는 날이나 길일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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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ngSaint

    우리나라 대통령 대가리 뒤에는 초등학교 1학년들이 읽는 바른생활이란 책 한권이면 충분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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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oSyu

    /mark/
    오랜만입니다.^^
    목민심서에서도 나오더군요.
    ‘수령은 미신을 타파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아직도 타파해야하니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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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oSyu

    /SungSaint/
    그런가??^^
    하긴 어디에서 들은 말인데,
    사람 사는데 필요한 지식은 초등학교에서 다 배운다고 하더군.
    (유치원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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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ungSaint

    유치원은 아니다. 왜냐면 돈 없어서 유치원 못다니는 애들이 아직까지도 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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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파인

    밤토리…이야기는 저도 재밌게 봤지만.
    음음. 공,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지키는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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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NoSyu

    /AYIN/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현재 도서관에 기부를 해서 볼 수 없다는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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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NoSyu

    /SungSaint/
    그런가.
    후우. 그럼 어디서 가르쳐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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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NoSyu

    /파인/
    그래요. 공과 사를 구분하라.
    중요하지만 나도 모르게 넘어가더군요.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Reply
  10. NoSyu

    이 글을 적고 나서 폰 밧데리가 다 되거나 하여 두 번 정도 썼습니다.
    100% 깨끗하기 어렵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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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Pingback: [혜민아빠]책과 사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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