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에 목 매달려 죽은 시체를 보다

By | 2006/12/13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묵념…)

 

오늘 도서관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걸어오던 길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어떤 아이가 뛰어올라면서 저에게 말하더군요.

‘저기 어떤 할아버지가 목 매달아 죽었어요.’

 

‘엉?’

황당한 그 애의 말에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어디?’

‘저기 밑에 나무에요.’

 

그래서 확인하러 가봤습니다.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러나 더욱 자세히 확인해보니

인도에 있는 가로수 하나에 무엇인가가 매달려 있더군요.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밧줄에 목 매달린 할아버지 시체였습니다.

 

급히 휴대폰으로 112에 연락했습니다.

그 아이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는지

저에게 얘기하더군요.

‘저 이제 가봐도 되죠?’

‘그래 가봐라.’라고 하자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더군요.

 

112에 전화해서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흥분이 된 상태라 처음에는 더듬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상세히 말하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분명 죽었습니다.

몸에 미동도 없었고, 목도 꺾여있었습니다.

냄새도 조금 났습니다.

조금 있으니 다시 전화가 왔는데,

근처 지구대였습니다.

위치를 물어보기에

다시 한 번 정확한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사이에 몇몇 분이 길을 걸어가려다가

시체가 있는 것을 보고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내려가시더군요.

어떤 남자는 시체 한 번 보더니 그냥 내려갔습니다.

(강심장이더군요.^^)

또 다른 아주머니는 놀라서 못 내려가겠다고 하시자

제가 같이 내려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절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 멀리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막으면서

옆으로 돌아가기를 권하셨습니다.

 

조금 있으니 경찰차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고,

경찰차 근처로 내려가 경찰을 불러왔습니다.

경찰 아저씨들은 시체 확인 및 사진을 찍고

저의 신상을 기록하시더군요.

저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를 가르쳐드렸습니다.

그 후 과외 때문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째로 ‘왜 나는 시체를 보고 놀랐는가?’입니다.

물론 전 시체를 오늘 처음보았습니다.

즉, 처음 겪는 일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겠죠.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두렵더군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름 결론은 아마도 ‘나도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경계심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람 시체가 아닌 동물 시체만 보더라도

혐오감이 듭니다.

즉, 죽었다는 말은 공격을 받았거나

병이 있는 등 사인이 근처에 있겠죠.

그렇다면 시체를 발견한 저도 그 공격을 받거나

병균이 옮겨질 수 있겠죠.

그렇게 되면 저 역시 죽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가장 걱정하게 되죠.

제가 알기론 매장이나 화장이라는 방법이 있는 이유가

시체를 그냥 두는 것보다는 그렇게 처리해야지

병균이나 기타 다른 나쁜 것으로부터

살아있는 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더군요.

 

둘 째로 ‘왜 나는 침착하지 못했나?’입니다.

탐정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시체가 많이 나옵니다.

밑에도 적었지만, 시체 사진을 보고도 전 담담했습니다.

그럼 실제로 보더라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게 아쉽습니다.

외관상 죽었다라고 판단했지 혹시 그 할아버지가

처음 발견했을 때 숨이 붙어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줄을 풀어서 살려야죠.

그런데도 무서워서 시체 목에 손을 대보지 못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는 시체를 보더니 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

줄의 매듭을 확인하시고,

목에 손을 대시더니 사망여부도 확인하셨습니다.

그 때 그 모습을 보니 존경스럽더군요.

물론 현장 보존이 중요하기에 건드리지 말아야하지만,

그래도 아닌 듯 싶기도 해서 혼란스럽네요.

 

그건 혼란이 되더라도

신고를 할 때 흥분된 상태에서 말을 빨리했습니다.

그래서 전화 받는 사람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는 분명 고쳐야 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언제라도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셋 째로 전 지금까지 경찰을 두 번 불렀습니다.

처음 불렀을 때는

고등학교를 하교하는데 어떤 아이가 말을 걸더군요.

그래서 대꾸해주었더니 계속 따라오면서 말하더군요.

지능이 모자라는 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집을 찾기에 저는 근처 재활원에서 나온 아이로 판단하고

근처 재활원에 갔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여기에 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황당한 마음에 평소처럼 집까지 걸어왔지만,

계속 따라오더군요.

 

집에 사람도 없었기에 어찌할 바를 몰라

여기 가만히 있으라하고 경찰을 불렀습니다.

조금 뒤에 경찰이 왔기에 상황을 설명해주니

경찰이 아이의 가방을 뒤지더군요.

거기에는 부모의 연락처가 있었고,

휴대폰으로 부모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조금 더 있으니 부모가 왔는데,

원래는 그 아이의 등하교를 학원차아저씨가 맡아주는데,

그 아저씨가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그냥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연락이 되어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전 일이 원만히 끝난 듯 싶어 인사를 받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오늘도 경찰을 불러 상황 설명을 하고 바로 왔네요.

물론 맞는 일이겠죠.^^

일 처리는 경찰이 해야 하니까요.^^;;

 

넷 째로 제가 어제 얘기한 꿈 기억하시나요?

그게 떠오르더군요.

황당한 꿈 010(위대한 자의 탄생)

해당 꿈에서 길가에 여자와 아이를 구한다고 했죠?

꿈과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제가 해몽해보겠습니다.

 

먼저 똑같은 곳을 갔는데 풍경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역시 언제나와 같이 도서관에 나왔지만,

이상하게 별의별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청소를 하게 되었고,

어제 일로 컴퓨터 손도 보고,

컴퓨터 수리를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어떤 동네를 갔는데 억지로 들어갔다가 불길해서 나왔다고 했죠?

그건 잘 모르겠네요.

다만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 사진은 불에 탄 시체 사진입니다.

(제대로 된 것을 보실 분은 사진을 클릭하세요.)

해당 사진을 보고 놀라기는 했지만 오히려 궁금하더군요.

‘불에 탔는데 왜 얼굴이 빨갛게 되었는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불길’은 맞지만,

‘나왔다’는 아닌 듯 싶습니다.

 

그 뒤에 어떤 차도에 길이 막혀 있고

길 중간에 어떤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고 했죠?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운전사가 나와 그 자를 길가로 던졌다고 했죠?

이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가는 맞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길가에 던져진 그 여자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들 거절했다고 하죠?

이 부분이 포인트이더군요.

그 할아버지가 목 매단 것은 오르내리막 구간이라

운전사들은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러나 운전사가 아닌 사람들

특히 버스에 탄 사람은 최소 한 명은

할아버지가 나무에 올라가는거나

목 매달려 바둥거리는 것을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경찰에게 알리지 않은 것입니까?!

전 그 장면을 본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물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떤 집에서 불이 났더군요.

확인을 해보니 근처 사람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저는

119에 전화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조금 더 가니 소방차가 달려가는 것을 봤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저처럼 생각해서 전화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거죠?

병원 2인실에서 한 환자가 호흡곤란을 일으키면

간호사를 100% 가까이 부른다고 하지만,

6인실일 경우는 퍼센트가 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이론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내용이 맞는 듯 싶어 답답하네요.

 

그 뒤에 제가 그 여자를 구해서 병원에 데려준다음

돈을 준다고 했죠?

이 부분도 모호하네요.

전 일단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경찰의 연락을 하였습니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다들 무서워하거나

그냥 무시하고 내려가더군요.

그러나 돈을 주지는 않았네요.

대신 근처에서 몇 번이고 명복을 빌었습니다.

 

억지 해몽인가요?^^

꿈과 현실은 반대라고 하니

탄생과 죽음이 반대인가 봅니다.

그럼 위대한 자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뭐.. 억지춘향이겠죠.

 

다섯 째로 전 시체를 보고나서

몇 번이고 손을 모으고 명복을 빌었습니다.

먼저 발견하고 나서 자세히 확인할 때

하기 전에 손을 모아 명복을 빌고 허락을 빌었죠.

나중에 경찰에게 다 인수하고나서 내려갈 때도

내려가다가 중간에 서서

한 손으로 명복을 빈 다음에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명복을 빌었는가?’

 

분명 그 할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살이란 극단적 상황이기에

현실이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러니 죽어서 편안해지기를 바라는것이죠.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것도 있더군요.

 

‘나를 해치지 마세요.’

앞에도 얘기했지만 확인하려고 할 때

명복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두려움이 몰려올 때

명복을 빌었습니다.

마지막에도 그냥 내려가다가 아차싶어서

명복을 빌었습니다.

이는 나를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더군요.

‘이 얼마나 추잡스러운 짓인가…’

정말 크게 한탄하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글귀가 생각나더군요.

‘부처에게 절하는 것은 자신에게 하는 것입니다.’

금강경 강의 – 부처상에 절하는 이유..?

즉, 그 할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것은

저 자신의 마음의 안정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미안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할아버지를 야단칩니다.

‘왜 죽으십니까? 자살은 최악의 죄인 것을 모르십니까?’

‘죽어서 왜 산 사람 여러 명을 놀라게합니까?’

‘그 아이는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그 아주머니는 이제 그 길을 걸어다닐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께서도 그 길을 걸어다니시지 말라고 당부하시더군요.

전 아직 7개월 가량을 더 다녀야 하는데,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어머니의 말씀을 어기고 그냥 다녀야합니까?

아니면 걸어다녀도 되는 길을 버스 타고 다녀야겠습니까?’

야단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원망이군요.^^

 

오늘 해당 꿈 얘기를 공무원에게 얘기하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럼 혹시 좋은 일 있었어?’

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할 수 있습니다.

‘예.. 있었습니다.’

시체를 본 것은 분명 나쁜 일이기는 하지만,

또 그 할아버지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저 자신을 많이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 자신을 많이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좋은 일이라 생각되어

그 할아버지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죽은 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이상한 듯 싶네요.

그럼 다시 한 번 정식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의미로 북쪽을 향해 두 번의 절을 올립니다.)

17 thoughts on “가로수에 목 매달려 죽은 시체를 보다

  1. NoSyu

    그러고보니 오늘 수능 성적표 발표이군요.
    3년 전이 생각나는군요.
    성적표를 받고 모의고사보다 30점 이상 떨어진 성적을 보고 ‘죽자!’라고 생각했으나
    ‘죽어? 우습군. 어떻게든 일어나겠다.’라고 마음먹었지요.
    물론 그만큼 시간이 조금 걸렸기는 했습니다만….
    3년 후 오늘 그 할아버지께서 그 때 생각이 옳다는 것을 가르쳐주셨군요.
    "할아버지.. 전 어떻게든 살아서 일어날겁니다."

    Reply
  2. MathMania™

    자게에서도 댓글 달았지만 많이 놀래셨겠어요.
    언능 추스리시길 바라고..
    할아버님도 좋은 곳에서 편히 잠드셨음 좋겠습니다.
    저도 ‘자살’이란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데
    지금은 진짜 남들 말하는것 처럼 죽을 용기로 세상을 더 살아보겠다는 것입니다.
    하하하하 열심히 잘 살아요~

    Reply
  3. NoSyu

    /MathMania™/
    예.. 이제 대충 추스렸습니다.
    이제 자야죠..^^
    그래요.. 열심히 잘 살아요~^^

    Reply
  4. 방랑객

    아 맙소사.. 흔치 않은 일을 겪으셨군요..
    다른것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

    Reply
  5. 루돌프

    ….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하셨군요..
    시체라니.. 정말.. 저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도 안가는군요…

    누군지도 모르고,
    무슨 일로 숨을 끊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겠습니다..

    Reply
  6. 비탈길

    저도 어제 아침에 수업가다 나무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알고보니까 디자인과 애들이 산타 만들려고 준비해 둔 인형이더군요…-_-;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ply
  7. NoSyu

    /루돌프/
    저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
    좋은 곳에 가셨을겁니다.

    Reply
  8. NoSyu

    /비탈길/
    저도 처음엔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주변 분위기와 형체와 냄새가 아니라고 말해주더군요.

    Reply
  9. Laputian

    솔직히 처음 이 글 봤을 때 낚시인줄 알았습니다. 책 제목이거나.. 근데 사실이셨군요. 노슈님도 정말 별의별 경험을 하시네요.

    자살이란게 모든 일의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또한 해선 안되는겁니다만.. 대체 무슨 괴로운 사연이 있으셨으면 그렇게 스스로 목을 매다셨을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ply
  10. NoSyu

    /Laputian/
    그러셨군요.
    저도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확실히 보았고 냄새도 맡았고 경찰도 불렀기에
    그럴수가 없네요.

    어떤 괴로운 사연이시기에 그러신지…. 참……..

    Reply
  11. briquet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아이랑 nosyu님이 많이 놀라셨겠네요.
    저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자살하는 사람들이 죽을 장소를 찾을 때 다른 사람이 발견 할 수 있는 장소에서 죽는다고 하던데. 그 할아버지가 어쩌면 nosyu님에게 고마워하고 있을지 몰라요.

    Reply
  12. NoSyu

    /briquet/
    그렇군요.
    그러나 최초 발견자가 그 아이라서 오히려 불쌍해지는군요.
    그냥 도로 옆 산에 해도 보일텐데,
    가로수라서 사람들이 받은 충격이 더 컸죠.
    고마워하고 있다면 다행이네요.^^

    Reply
  13. MaseR

    굉장히 심란할 수 있는 일을 겪으셨군요.

    죽고 싶지 않지만 삶보다 죽음이 더 편하다고 느끼셨어야 하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ply
  14. NoSyu

    /MaseR/
    말씀 잘 하시네요.^^
    이제 그 곳을 지나가도 별 생각이 없네요.
    다른 사람들도 별다른 감흥없이 말이죠.
    (모르는 일이니 당연한건가요??;;^^)

    Reply

Leave a Reply